우리가 감히 결혼을 공부하지 않는 데서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결혼의 패러다임이 변했고, 가정의 기능 역시 변했고, 성인의 사랑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새로운 이해가 생기기 시작했지만 우리는 결혼에 대해 결코 공부해본 적이 없지요. 비상식적입니다.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명문대에 가길 바라는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상처 없는 사람 없고, 갈등 없는 부부 없습니다. 상처와 불화야말로 결혼의 필수품이죠. 혼수나 예단은 생략할 수 있지만 상처와 불화는 생략할 수 없어요. 반드시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결혼은 부부가 작은 배를 타고 망망대해 위에 떠 있는 것과 같습니다. 크루즈 여행까지는 아니더라도 편안하게 경치 정도는 구경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힘들게 노를 저어야 한다는 것, 결혼은 그런 겁니다. 둘이 힘을 합쳐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저어야 생존할 수 있죠. 물론 싫다면 배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드넓은 바다를 혼자 헤엄쳐야 살 수 있습니다. 용기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지요.
결혼을 공부해야하는 이유는 결혼이 우리 삶의 질을 너무도 깊이 좌지우지하기 때문입니다.
행복해지는 법은 무엇일까요? 행복의 답은 '좋은 관계'였습니다. 부나 성공, 명예, 또는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관계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더라는 것이죠. 이 연구뿐 아니라 수많은 연구들이 행복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가 관계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 가족관계 : 혈연으로 이루어진 관계, 사회생활 속에서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동시에 서로 이해하고 위로하며 지원해주는 사이.
- 낭만적 관계 : 연인 또는 배우자 관계. 낭만적 사랑과 연애감정을 느낄 수 있고, 육체적 친근감을 통해 성적 욕구를 나눌 수 있는 사이.
- 친구관계 : 친구나 사교적 관계. 개인적인 친근감과 신뢰에 바탕을 두고 긍정적인 정서를 교류하는 사이.
- 동료관계 : 직업활동을 함께하는 동료, 즉 작업적 동반자와의 관계. 목표 지향 저인 공동체에서 함께 활동하며 협력하는 동반자적 사이.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부부관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혼생활이 불행하면 삶에서 행복을 느끼기가 그만큼 어려워지는 겁니다.
내 아이가 행복하길 원한다면 육아법보다 부부관계에 대한 공부를 먼저 해야합니다. 소중한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 여러분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좋은 엄마 아빠가 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부부가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세가지 조건
1. 내가 나를 알고, 나를 좋아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욕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며 이를 존중하는 것, 나아가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조건이 충족되면 관계를 맺을 때 자신이 장점을 더 잘 드러내 위축되지 않고 좀 더 자신감 있게 상대를 대할 수 있습니다.
2. 내가 상대방을 잘 알고, 그런 상대를 좋아한다.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에서 출발합니다. 즉, 상대가 내 욕구를 존중하고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판단을 이때 내리게 되는 거죠. 상대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나의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가 수반되는 조건입니다. 두 번째 조건을 염두에 둔다면 타인이 원하는 사람이 되도록 애쓰거나 거짓으로 자신을 꾸미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해줄 상대를 선택하게 됩니다.
3. 상대도 나를 잘 알고, 그런 나를 좋아한다.
내가 상대의 욕구를 존중하고 충족시켜줄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게 되는 조건입니다. 이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상대 역시 나를 충분히 이해하고, 나를 좋아하는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며 나를 존중하는 태도를 지녀야 합니다.
낭만적 역량이란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 자신의 솔직한 욕구를 깨닫고, 사랑과 존중의 태도를 유지하며, 건강하지 않은 관계를 판단하여 벗어날 줄 아는 능력'입니다. 여러분의 낭만적 역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연애와 결혼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 낭만적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어요. 낭만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래의 3가지 기술이 필요합니다.
- 통찰력: 내가 누구이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대는 어떤 사람인지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
- 상호성: 나와 상대 모두 각자의 욕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두 사람의 각기 다른 욕구가 모두 동등하게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능력.
- 감정조절: 관계 안에서의 반응에 대해 감정적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
결혼은 진짜 나 자신을 찾아가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그러니 좌절 대신 호기심의 프레임으로 주어진 상황을 바라보세요. 어차피 어떤 선택을 하든 모든 삶에는 어려움이 따라붙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결혼생활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진짜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들의 공통적 특징은 사려 깊고 친절하게 행동하며 칭찬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헌신을 실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가 좋아하는 행동을 먼저 하는 것인데, 그러려면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겠죠?
정서적 독립을 한 사람들의 특징
정서적인 독립을 한 사람들은 자아 분화의 수준이 높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아 분화가 잘 된 사람은 자제력이 있고 객관적입니다. 느낌만으로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으며 높은 자율성을 가지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지요.
자아 분화를 높이는 첫 번째 방법은 먼저 무의식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멈추는 것입니다. 부부갈등은 자아분화를 높이는 연습을 하기 굉장히 좋은 상황입니다. 자아분화 수준을 높이고 싶다면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과 행동을 일단 멈추세요. 상대의 말과 행동에 화가 나도 일단 멈추고 의식적인 반응을 하는 것이죠.
분노란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상대에게만 생기는 정서입니다. 그러니 정서적 교류를 가장 많이 하는 부부에게는 얼마나 많은 분노가 생기겠어요?
리처드 파인만
아내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그가 사별 후 2년 뒤에 쓴 편지 중 일부입니다.
난 여전히 당신을 편안하게 해주고 싶고 당신을 돌봐주고 싶다오. (애착의 핵심)
서로에게 안전 기지가 되어줄 수 있는 행동들
- 상대의 일 또는 활동 지지하기
- 상대의 말에 관심과 호기심이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질문하기
- 상대의 꿈이나 희망에 대해 잘 듣기
- 상대의 일, 공부, 친구관계, 사회활동, 취미 등에 관심 갖기
- 상대의 능력이나 잠재력 인정하기
- 상대에게 격려를 통해 자신감 북돋워주기.
이제 결혼생활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 차례입니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결합된 애착의 필요성을 인지 하는 겁니다. 나를 지지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믿음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고 내 자존감을 키운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 말입니다. 부부가 서로 애착을 쌓으려는 노력을 시작하는 것이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지름길입니다.
상대를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나는 변화할 수 있습니다. 상대에게 가 있는 신경을 내 안으로 가져오세요. 내가 나와의 관계를 잘 맺어야 타인과의 관계도 잘 맺을 수 있는 법이니까요. 행복한 결혼을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은 배우자가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남편과 어떤 관계가 되든, 자녀가 어떤 상황에 있든 절대 무너지지 않을 나만의 세계 말입니다. 아직 그런 세계가 없다면 나만의 프로젝트를 계획해보세요. 그것이 소소한 취미든 비즈니스든 상관없습니다. 단순한 취미에 그치지 않고 경제활동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더 좋습니다. 그래야 쉽게 질리리도 않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계속 프로젝트를 이어나갈 동기가 생기거든요. 그리니 가능하면 수입을 창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목표를 세워보세요. 나만의 프로젝트의 본래 목적은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프로젝트를 이루었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평생 함께 갈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요. 이 프로젝트가 잘 돌아갈 때 튼튼한 나만의 세계가 구축되고, 이는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나를 굳건히 지탱해주는 큰 힘이 됩니다.
이혼은 지금 상태를 못 견딜 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이 구체적으로 그려질 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톨스토이가 말하는 사랑과 삶의 가치는 바로 성장입니다. 성장하지 않는 삶이 웅덩이에 고인 물처럼 썩어가듯이 사랑과 결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죠. 성장이란 무엇일까요?
- 몰입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것
- 소통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 죽음을 기억하고 나와 세계의 관계를 올바르게 정립하는 것
결혼=행복이라는 프레임만 고집한다면 불화가 닥치는 순간 내 삶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혼을 행복이 아닌 성장의 관점으로 볼 때 비로소 불화를 극복할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어떠한 결과가 아닌 성장을 위한 노력 그 자체에 인생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어려움 속에서도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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