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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휴직을 선언합니다:권주리

by 노호랑 2022.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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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하고 싶은 엄마의 성역할 바꾸기 실험

집 근처 도서관의 알림란에는 이달의 추천도서를 소개하는 글이 항상 붙어있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책들이 있나 하고 훑어보던 중에 '엄마 휴직을 선언합니다'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목부터 확 끌리는 책! 엄마 휴직이라니, 육아 휴직은 널리 쓰이는 말이지만 엄마 휴직이라는 말은 익숙지 않았고 추측컨데 엄마의 역할을 잠시 쉰다는 제목 같아서 궁금한 마음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주부와 엄마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권주리'에 대해 이렇게 길고 긴 글을 쓴 적이 있던가? 엄마가 된 최근 삼 년 안에는 한 번도 없었다. 어쩐지 마음 한쪽이 짠해지며 스스로 연민을 느낀다. 이렇게나 바깥일을 하며 살고 싶어 하는데 주부인 채로, 엄마인 채로 자신의 욕망과 출세욕을 감추고 살아야 한다니. 더 나아갈 수 있는데, 더 달려갈 수 있는데 보이지 않는 손이 내 발목을 잡고 한자리에 묶어 둔 느낌이 든다. 

 

엄마 휴직을 바랐던 이유

아이를 키우며 내 인생의 주도권이 나에게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을 하든 아이 위주였고 내 욕구는 저 뒤로 밀려났다. 사소하게는 커피 한 잔부터 크게는 직업적 선택까지, 모든 것은 '아이를 돌보는 주양육자'역할을 수행하고 난 뒤에야 선태 할 수 있었다. 그러면 선택 가능한 보기가 거의 없았다. ' 단 한 번이라도 나를 최우선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져만 갔다. 

전업주부 시절 가장 힘들었던 건 '삶의 주체성이 없다'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삶의 주체성이 차고 넘쳤기에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육아에 집중하면서 스스로 내릴 결정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중심으로 하여 내 하루가 돌아가니 숨이 턱 막혔다. 아이 성장과는 별개로 주양육자의 하루하루는 대기하는 삶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나의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을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그것을 실행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작가님의 말에 정말 공감했던 부분입니다. 저도 육아를 하며 답답하고 힘든 게 대체 뭘까 고민을 한 시간들이 많았는데, 따져보면 살림, 육아가 힘들다기보다는 (물론 이것만으로도 굉장히 힘들었지만!) 내 인생의 주도권, 주체성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먹고 싶은 것도 먹을 수 없고, 그것마저도 온전히 먹을 수 없는 삶. 감옥에 갇힌 죄수들의 마음이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창살 없는 감옥에서 내 삶을 꾸려나갈 수 없다는 무기력함 속에 점점 더 포기해가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아무리 애를 쓰고 주도권을 가져오려 해도 아이라는 대상이 있는 이상 내가 원하는 만큼 주체성을 가지고 삶을 살아내기가 힘들었습니다. 

 

 

 

살림과 육아를 하고 남은 시간이나 대기하는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쫓기며 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때에 계획을 세워서 하는 것에는 정말 놀라운 차이가 있었다. 똑같은 세 시간이라도 결과물이 완전히 달랐다. 

 

주양육자이자 전업주부인 '엄마'는 꼭 남편의 수입만큼 돈을 벌 수 있어야 엄마 휴직을 주장할 수 있는 걸까? 육아하느라 생긴 경력단절을 뛰어넘을 수 있는 여성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경력 단절 여성은 그간의 경력을 살릴 만한 일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 말인즉슨 경력 공백이 없는 남편의 수입만큼 '갑자기' 큰돈을 벌 수 있는 여성은 없다는 것이다. 

 

바깥양반과 전업주부`주양육자는 똑같이 고된 하루하루를 지탱하며 살아간다. 두 역할을 모두 해보고 나니 뭘 하든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어떤 일이 더 고된지 저울질할 수 없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서로 삿대질하기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바깥양반에게는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주부에게는 눈치 보지 않고 외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어떨까. 

 

처음부터 무조건 내 의견만을 따라주는 사람은 없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부부간 성별 분업에 불만이 있고, 이를 바꾸길 원한다면 먼저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나는 지금 어떤 부분이 불편한가? 왜 불편한가? 그것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싶은가?" 스스로 먼저 이해한 뒤 남편과 대화를 시작해보자. 한 번에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엄마 휴직을 선언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작가 권주리 님의 결단과 실행력으로 엄마 휴직을 실제로 해보신 것에 무한한 존경을 표합니다. 책의 부록 엄마 휴직을 위한 사소하지만 중요한 정보 부분에서 설명해주셨듯이 엄마 휴직을 위해서는 해야 할 일과 사전에 준비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것이 남편의 동의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말처럼 처음부터 내 의견을 따라주는 사람은 없으니 대화를 시작해서 함께 결정하고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나에게 맞는 엄마 휴직의 형태, 당장 무슨 일을 하면 좋을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꼭 장기간 엄마 휴직을 하지 않더라도 짬을 내어 엄마 퇴근을 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고 건강한 가족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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