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들이란?
명랑한 은둔자라는 책을 통해 캐럴라인 냅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명랑한 은둔자를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캐럴라인 냅의 글을 더 읽고 싶어 졌고 그래서 고른 책이 바로 욕구들입니다. 여성의 왜 원하는가에 대해 작가만의 시선으로 써 내려간 에세이입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들
여성들의 마음속에 깔린 가장 주된 욕구는 아마 욕구에 대한 욕구일 것이다. 자신의 진짜 욕구가 무엇인지 있는 그대로 밝힐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안전하고 안정되었다고 느끼고 싶고, 그 욕구를 만족시킬 충분한 자격과 힘을 갖추었다고 느끼고 싶은 갈망 말이다.
절단된 삶들과 좌절된 야망에 대해 자신의 필요를 제외한 모든 사람의 필요를 보살피느라 발생한 엄청난 개인적 대가- 베티프리딘 1963 "여성성의 신화"
아침이면 어머니가 얼마나 피곤해보였는지도 기억한다. 그 뼛속 깊이 느껴지는 기진맥진함이 거의 전적으로 감정적인 피로였음을 안다. 그것은 사람이 주고 또 주고도 자신의 몫으로는 거의 아무것도 받지 못했을 때 느끼는 분노 서린 피로다.
자신의 고립때문에 깊은 우울을 느끼는 어머니는 자녀가 걷거나 말하는 것에 열광할 수 없고,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어머니는 자녀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느긋한 마음으로 볼 수 없으며, 자신의 열망과 좌절감을 억누르고 있는 어머니가 자녀와 기쁨과 실패에 감정 이입하며 공감할 수 없다.
먹는 것은 불안과 관련된 일이라는 것. 쇼핑은 위안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는 것. 그리고 둘다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 아니면 적어도 한계가 분명한 방법이라는 것.
페미니스트 저메인 그리어가 말하는 "완전한 여성"이란?
여자들이 우는 것은 자신이 무력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며, 너무 많이 일하고 지쳤고 외롭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들이 우는 것은 자신의 필요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고 남들의 필요를 보살피느라 자신의 필요는 계속 뒷전으로 밀리기만 하기 때문이다.
자기 인생의 남자들이 친밀함의 언어를 구사할 능력이 없다는 느낌을 너무 자주 받기 때문에, 자녀들이 자라나 거리를 두기 때문에 자신은 그 거리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게 당연시되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낮아지기만 하는 기대치와 남자들의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적응으로 이루어진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여자의 감정이 지닌 힘과 강함은 병적이거나 히스테리컬 하거나 질척 질척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관계에 대한 여자의 관심은 사소한 것으로 간주되고, 여자의 존재의 핵심은 한 번도 제대로 봐주거나 알아주거나 온전히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여자의 진정한 자아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가치 있게 여기고 인정하고 숭배하는 수많은 것들과 어긋나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사람이 응답받지 못하기 때문에 여자들은 운다.
"여자들은 충분히 분노하지 않아요. 여자들이 하는 것은 슬퍼하는 것이죠."
해결책은 외현적 형태고, 즉 새남자나 새 직업이나 샤르도네 와인으로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진짜 몸부림은 나에 관한 것이라고. 나는 진짜 현실세계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고, 내 몸 안에 존재해야 하며, 내 마음을 알아야 하고, 내 인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기만 하는 걸 그만둬야 한다고. 바로 내가!
완전히 확신하는 답, 최종적인 휴식의 장소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침내 모든 욕구를 이해하고 충족하는 일, 가장 높은 봉우리에 도달하는 일이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흡족함의 순간들, 별안간 몸과 마음과 정신이 나란히 연결되는 순간들이 있고, 마치 우주가 보낸 선물처럼 기대하지 않고 있을 때 찾아오는, 내가 잘 먹여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이런 순간들은 더없이 소박하게 포장되어 도착한다. 내 개가 보내는 사랑의 시선으로, 친구와 나누는 농담으로, 여기서 느끼는 애정의 불씨, 저기서 느끼는 이해로, 그 순간들은 내가 막 노를 젓기 시작할 때 수면을 비추는 아침 햇빛 속에서, 완벽한 한 끼 식사, 완벽한 한 문장, 어떤 손길, 어떤 눈빛 속에서 온다. 마침내 이 삶에서 얻는 가장 좋은 것일지도 모를 순간들이 있다. 섬광처럼 스치는 만족감, 얼핏 얼핏 희미하게 반짝이는 희망의 빛과 맛, 파이처럼 깊게 음미하며 완전히 누려야 할, 아주 잠깐의 순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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