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논나의 필리핀 친구
이탈리아 유학시절 밀라논나에겐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 여럿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필리핀이 고향인 친구는 청소일을 하면서 항상 긍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언젠가 일이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필리핀 친구는 대답했다고 합니다.
내가 일해서 가족이 행복하니까 더 바랄게 없어요. 이탈리아에서 사는 삶이 어떤지 물으니 철학자 같은 대답이 돌아온 것입니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에 신경 쓰며 고통받고 싶지 않아요. 내가 해결할 수 없으니까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잘 골라서 최선을 다해 살고 싶어요. 사랑하는 가족과 저녁 늦게라도 함께할 수 있는 지금 이 삶이 소중해요."
밀라논나님의 필리핀 친구의 대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지난 과거를 돌아봤을 때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 때문에 신경 쓰고 고통받았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왜 내가 해결할 수 도 없는 문제들에 더 골머리를 썩은 것일까요? 정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잘 골라서 최선을 다해 살겠다는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무엇이 성공인가?
밀라논나님의 책에서는 시인 랠프 월드 애머슨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의 한 구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고 떠나는 것, 당신이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더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성공이다. "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제가 생각하는 성공은 안락한 집, 하차감 좋은 차, 매일 맛있는 음식과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넉넉한 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무엇보다 요즘 가장 바라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평범하게 조용하게 살다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가도 누구보다 남부렇지않게 잘 먹고 잘살고 싶은 마음도 불쑥불쑥 들기 때문입니다. 밀라논나님의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지금까지 제가 생각한 성공은 정말 이기적인 성공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누구보다 나의 입장에서만 생각한 성공인 것입니다. 미천한 능력으로 세상을 좋게 만드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한 사람의 인생은 좀 더 행복해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가족입니다. 부모님, 형제, 배우자, 자녀는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고 신경 쓰면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꼭 나만이 해야할 일
아이 양육을 나이 든 부모에게 맡기는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지른 뒤, 배운 것이 있으셨다고 합니다. 본인이 해야 할 역할과 몫은 본인이 해야 한다는 것, 타인에게 미루거나 내려놓을 수 없는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밀라논나님과 같은 실수를 저질렀던 것 같습니다. 처음 해보는 엄마 역할이 버겁고 어려워서 친정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육아를 했던 시간이 있습니다. 어렵게 느껴지니 회피하고 싶어 졌고 그럴수록 책임감은 사라졌습니다. 아이에 대한 마음도 희미해지고 마냥 누가 대신해줬으면, 누가 나의 어려움을 알아줬으면 하고 힘겨워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를 두고 떠나는 아이,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지 못하는 엄마들 이야기에 공감하며 내가 맡은 역할에서 도망만 치고 싶은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책임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른으로서 자신이 맡은 역할과 몫은 해내는 것. 정말 어렵게 느껴지지만 절대로 타인에게 미루거나 내려놓을 수 없는 책임. 그것이 바로 저에겐 육아였습니다. 아직도 가끔씩 버겁게 느껴지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내가 선택해서 낳은 아이라는 것,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의 전부라는 것을 잊지 않고 제 역할을 계속 상기시키며 살고 있습니다.
양육에도 때가 있습니다. 때를 놓치면 회복이 힘들답니다. 물론 커리어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고 소중한 역할 중 하나가 좋은 부모가 되는 것입니다. 삶의 우선순위를 알고, 삶의 본질에 파고드세요.
움베르트 에고도 말했습니다. 인간이 죽음을 뛰어넘는 일에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좋은 글을 남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좋은 자식을 남기는 것입니다. 좋은 글과 자식을 남기는 것, 어려운 일이지만 꼭 한번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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