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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주문 : 이다혜

by 노호랑 2021.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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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혈연 봉사

여성은 '시간'을 가족을 위해 할애하기를 더 요구받습니다. 브리짓 슐트의 [타임 푸어]에는 가정 내에서 여성들이 고질적으로 시달리는 시간 부족 문제를 다룹니다. 8장 도입부에서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하이디 하트만의 문장을 인용합니다. "페미니즘 때문에 달라진 건 '일을 더 많이 하게 된 것'밖에 없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여성은 일을 해야 하는데 남성은 가정을 돌보는데 관심이 없어서 결국 여성은 일을 하기 위해 가정까지 착실하게 돌봐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힙니다. 이 책에서는 '혈연 봉사'라는 표현을 쓰는데, 명절 계획을 짜고 가족의 유대를 강화하는 노동을 뜻하는 말입니다. 한국의 설 연휴, 추석 연휴, 집안 대소사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브리짓 슐트는 둘만 있었던 때는 집안일을 공정하게 나누는 편이었지만 아이들이 태어난 뒤부터 저울 추가 기울기 시작했다고 회고합니다. 남편의 일하러 가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 부러운 것이었던 겁니다.  

저도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 적이 있습니다. 20년 12월 연말에 남편이 해외출장을 가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2달간의 장기간 해외여행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코로나 시국에 해외로 출장 가는 남편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지만 저는 생각과 기분이 달랐습니다. 평소에 여행으로도 가기 힘든 이집트를 출장으로 가다니 정말 부럽다! 거기서 일만 열심히 하고 집과 육아는 잊은 채 자기만의 커리어를 쌓아오는구나! 정말 부러웠습니다. 실제로 남편은 회사일이 마친 후에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박물관 투어, 피라미드 관광, 운동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나름대로의 힘든 상황과 스트레스는 많았겠지만 한국에서 어린이집도 갈 수 없는 어린아이와 하루 종일 씨름하며 우울한 마음에 시달렸더 저에게는 무작정 부럽고 부러운 마음에 질투심이 일기도 했었습니다. 

우울증을 관리하는 방법

[마음의 구석]에서 서밤 작가는 우울증을 관리하는 법으로 이런 것들을 말합니다. 스트레스받지 않기, 잘 자고 잘 먹기, 꾸준히 운동하기, 증상이 심해지면 전문가를 만나기. 내가 생각하는 향상심은 이런 것입니다. 우울증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신, 무엇이든 그러저러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런 자신을 잘 달래 가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우울증은 안 좋은 거라고 걸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갇혔던 것 같습니다. 우울한 마음이 조금만 들어도 이걸 벗어나야 해, 어떻게 벗어나지?라는 생각에 더 전전긍긍했다면 책에서는 말합니다. 이런 상태인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나를 잘 달래 가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건 나를 잘 달랠 수 있는 방법을 하는 것입니다. 나를 잘 달랠 수 있는 방법으로 바로 떠오르는 것은 소소한 지름, 맛있는 음식 먹기입니다. 소소한 지름은 오랜 기간 해본 결과 그 순간 마음을 회피하고 기분전환 효과는 있지만, 실제 그 물건이 손에 들어왔을 때는 이게 그렇게 갖고 싶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식었을 때가 많습니다. 소소한 지름으로 나를 달래기보다 나의 마음을 잘 살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시간을 두고 계속 고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진정한 휴식 즐기기 

[일만 하지 않습니다] 알렉스 수정 김 방 작가님은 일의 성과가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 결정된다고 주장합니다. 매 분기별로 일주일씩 쉬라는, 그야말로 한국 조직에 맞지 않는 조언도 있지만 '심층 놀이'를 즐겨라라는 제안은 새겨들을 만합니다. 심층 놀이는 '일에 심리적인 보상을 제공해주면서도 일과는 전혀 다른 활동 즉, 일을 침해하지 않는 취로'로서, 암벽등반이나 등산이 그에 해당합니다. 운동도 중요합니다. 수면도.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조언은, 휴식시간을 따로 만들어서 진지하게 지켜야 한다는데 있습니다. 심층 놀이라는 게 참 와닿았습니다. 일과는 전혀 다른 활동, 가끔 휴식시간을 갖는다고 하면서 일과 관련된 활동들을 하다가 쉬는 것도 일하는 것도 아닌 시간을 갖게 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등산이나 운동은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이니 심리적 보상도 제공해주고 진정한 쉼이 되는 시간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꼭 시간을 따로 만들어서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가끔 번아웃, 무기력증이 올 때를 보면 이런 진정한 휴식시간을 가지지 못했을 때 마음과 몸이 힘든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수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벽에 의미 없이 인터넷을 하다가 늦게 잠들거나 푹 잠들지 못한 날은 그다음 날 일정에도 무리가 가고 하루 종일 피로가 안 풀릴 때가 많습니다. 수면과 운동을 꼭 챙겨야 할 휴식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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